늦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무엇일까? 누가 묻는다면 가을을 꼭 붙들고 있는 담쟁이라 하겠다. 있는 듯, 없는 듯 가장 낮은 곳에 몸을 사리고 있다가 모든 것이 쓰러져버린 가을이 되면, 산자의 당당함으로 진군을 한다.
![]() ▲ 구례 사성암 © 김창승 시인 |
늦가을 담쟁이는 온몸을 불태우며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간다. 벼랑이며 바위, 만주 벌판 같은 험지도 아랑곳 없이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땅에 첫발을 내디딘다.
![]() ▲ 구례 사성암 담쟁이 © 김창승 시인 |
담쟁이는 혼자 가지 않는다. 어디든지 동족과 함께 한다. 그 동행이 아무리 힘들고 가는 길이 더딜지라도 마지막 한 발까지도 같이 한다.
![]() ▲ 구례 사성암 담쟁이 © 김창승 시인 |
이미 늦어버린 것 아니냐, 포기하며 마음이 늙어버린 사람이 있다면 제비집 같은 사성암 절집으로 가보시라. 다 흩어지고 져버린 땅에서 홀로 타오르며 벼랑을 붉게 물들이는 담쟁이가 있다. 끝내 포기하지 않는 열정의 그대가 있다면 당신은 아직 젊은 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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