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세물고추가 많긴 했다

가끔은 새로운 사건이 삶에 활력이 되기도 하나보다

가 -가 +sns공유 더보기

피재성 푸릇팜 대표
기사입력 2023-08-22 [13:44]

세물고추가 많긴 했다.

 

[ 첫 번째로 수확하는 것이 맏물고추, 두 번째로 수확하는 것은 두물고추, 세 번째는 수확하는 것이 세물고추이다. ]  

 

▲ 세물고추  © 피재성 푸릇팜 대표

 

아내가 왼팔골절로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혼자 3일쯤 늦게 딴 것이 화근이었지만, 힘들게 진종일 고추를 땃다.  

 

수확한 고추는 씻어서 쑤셔넣다시피 건조기에 가득 채웠고, 지인이 건고추를 가져간다기에 대체로 골은 듯한 것들을 꺼내 널어 말리려 비닐을 씌웠다.

 

▲ 수확한 고추를 햇볕에 말리고 있다     ©피재성 푸릇팜 대표

 

이후 한나절쯤 열심히 배추골을 만들다 널어놓은 고추를 보니 아뿔사 희끗희끗 희나리가 돼가는 게 보이질 않는가?  

 

덜 고른게 있었다. 낭패였다. 저걸 어쩌랴.!  

 

다시 건조기로 옮겨 말리다 또다시 양근으로 마무리는 했지만, 저 희나리를 어쩌랴! 아깝지만 버릴건 버려야지.  

 

아내왈, 내가 이번 더위에 자기때문에 고추랑 씨름하다 10년은 늙었다고 위로를 전한다.

 

▲ 배추모종     ©피재성 푸릇팜 대표

 

우리는 보신을 위한 순회를 마치고, 나는 자취생 이후 깔끔한 설겆이로 젖은 손을 닥아내는 행복을 맛본다. 어쩌면 밋밋한 탈없는 날들보다 가끔은 새로운 사건이 삶에 활력이 되기도 하나보다.

피재성 푸릇팜 대표의 다른기사보기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농업신문. All rights reserved.